[자서전편지 #9] 쑥부쟁이 노란자위 같은 저녁
어제는 남양주 정약용도서관에서 오후 내내 시간을 보냈습니다. 고려시대 삼별초 얘기가 궁금해서 이책 저책을 찾다가 마땅한 게 없어서 이이화 선생의 <한국사 이야기>를 빌려왔습니다.
당시 세계를 정복했던 몽골제국에 맞서 3년 동안 싸운 삼별초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만 여명이 천 여 척의 배에 타고 강화도에서 진도, 다시 제주도로 이동해가면서 벌인 항쟁의 속살이 궁금해졌습니다.
정약용도서관에서 차가 없는 부영아파트 뒷길을 걸어서 도농역까지 갔습니다. 막 퇴근을 해서 집으로 가는 사람들, 엄마 손을 맞고 산책을 하는 아이들이 간간이 보였습니다. '저녁이 되면 아파트마다 불이 켜지고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겠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새삼 멀리 떨어져 있는 큰애와 둘째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온 가족이 모여 따뜻한 밥을 나눠 먹은 게 언제였던가.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문득 안도현 시인의 '쑥부쟁이 하숙집' 속 정겨운 풍경들이 떠올랐습니다.
쑥부쟁이 하숙집
쑥부쟁이 꽃이 피면,
쑥부쟁이 하숙집 하숙생들 둘러앉아 저녁 밥상 펼치네 둥근 밥상 위에는 둥근 밥그릇, 둥근 밥그릇 안에는 둥근 밥냄새, 둥근 밥냄새 옆에는 둥근 반찬 접시들, 차린 것 없어도 모두들 와글와글 맛있게 먹네 꽃잎 속으로 밥 떠먹는 숟가락이 들어가면 오물오물 연보라 입술 시린 쑥부쟁이 하숙생들 입이 동그래지네
밥 먹고 나면 이 저녁 섭섭하지 않게
하늘에다 대고 방귀도 뿡뿡 뀌겠네
똥꼬도 둥근
쑥부쟁이 꽃
그래도 항상 안부를 묻고 걱정할 수 있는 가족이 있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가족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쑥부쟁이 노란자위처럼 따뜻한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쑥부쟁이 꽃을 보면 가족을 생각하고, 주변의 외로운 사람들을 걱정하는 가을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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